법정스님은 우릴 몰라도, 우리는 법정스님을 잘 압니다. 법정스님은 상당히 엄격해 보이는 인상이셨는데.. 그런데 그렇게 엄격한 이미지와는 달리, 유머감각이 아주 뛰어나셨다고 합니다.
한 번은 스님께서 공양주스님 보고 이렇게 물으시더랍니다. "자넨 부엌에서 일할 때 무슨 생각을 하면서 하나?" "생각요? 아무 생각도 안 하는데요.." 그랬더니 스님께선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러지 말고, 음식을 맛있게 하는 진언이 있으니까 그걸 외우면서 하게." 공양주 스님이 신기해 하면서 말했죠. "아니, 그런 진언도 있습니까?" "옴 맛나 맛나 사바하.. 옴 맛나 맛나 사바하..이렇게 하시게나."
진언은 대개 이렇게 '옴'으로 시작해서 '사바하'로 끝납니다. '옴'은.. 인도 범어가 '아'로 시작해서 '훔'으로 끝난다고 하고 이 첫소리 '아'와 끝소리 '훔'을 동시에 발음하면 그게 바로 '옴'이라는 소리가 되는데 그래서 인도 사람들은 이 '옴'을 우주의 소리다 부처의 소리다 하여 아주 신령스럽게 여겼습니다. 그리고 '사바하'는.. 인도말로는 '쓰와하'입니다. 한자로 옮기다보니 사바하로 된 것이죠.. 이 쓰와하는 '원만하게 이루어지이다' '속히 이루어지이다' 하는 축원, 축복의 의미입니다. 그래서 진언들이 대부분 옴으로 시작해서 사바하로 끝나는데 법정스님께서 이걸 응용해서 진언을 하나 만드신 겁니다. ㅎㅎ
자, 음식을 맛있게 해준다는 진언.. 옴 맛나 맛나 사바하.. 옴 맛나 맛나 사바하.. 무슨 뜻이겠습니까? 부엌에서 음식 하나 만들더라도 진언을 외우는 마음, 염불하는 마음.. 기도하는 마음으로하라는 말씀입니다. 기도하는 마음은 어떤 마음입니까? 누구든지 기도할 때만큼은 아주 진실되고 간절하고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합니다. 이렇게 진실하고 정성스런 마음으로 음식을 하는데, 어찌 맛이 없을 수 있겠습니까? 더 없이 지극한 정성이 들어갔는데..
그리고 또 이런 말이 있습니다. '기도는 밥 먹듯이 하고, 밥은 기도하듯이 먹어라' 무슨 말인가 하면.. 우리가 밥은 매일매일 먹잖아요? 꼬박꼬박 하루 세 끼 챙겨 먹고, 아무리 바빠도 조금씩이라고 먹습니다. 기도도 그렇게 매일매일 하라는 것입니다. 빼먹지 말고, 꾸준히.. 몇 일 밤낮을 새워가면서 몰아치기로 한꺼번에 왕창 하는 것도 물론 공덕이 되지만 진짜 큰 공덕이 되는 것은 매일매일 밥 먹듯이 날마다 꾸준히 하는 기도다.. 이런 말입니다.
그리고 밥을 기도하듯이 먹으라는 것은.. 밥 먹을 때 밥이나 먹지.. 온갖 잡념을 해가면서, 근심걱정 해가면서.. 그렇게 먹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렇게..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산란한 마음으로 밥을 먹으면 정신 건강에 안 좋은 건 물론.. 소화, 몸 건강에도 좋지 않죠. 그래서 밥 먹을 땐 기도하듯이, 기도할 때처럼.. 오롯이 밥 먹는 데만 집중해서 정성스럽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먹으라는 말입니다. 우리가 '공양게' 할 때의.. 바로 그 마음입니다.
여러분, 이렇게 음식 하나 하더라도 기도하는 마음으로 하는 게 좋고 밥 한 그릇 먹더라도 기도하는 마음으로 먹는 게 좋다면 우리가 설거지 하는 거, 청소하는 거..
이것도 이왕이면 기도하는 마음으로 하면 더 좋지 않을까요? 바닥이나 그릇을 깨끗하게 씻어내면서, 마치 내 마음을 이렇게 씻어낸다..
내 마음의 업장을 말끔하게 씻어낸다는 생각으로 문질러대고 열심히 닦아 반짝반짝 하게 하면서, 마치 내 마음도 이렇게 반짝반짝 하게 한다는 그런 마음을 담아.. 우리도 법정스님처럼 진언을 하나 만들어가지고'옴 반짝 반짝 사바하.. 옴 반짝 반짝 사바하..' 이렇게 기도하는 마음으로 닦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리고 법당에 가서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수행을 할 때에..
좌선을 하든, 염불을 하든, 절을 하든, 다라니를 하든, 사경을 하든..
그 수행을 마무리할 때에 그냥 일어나지 말고..
주변에 혹 아픈 사람이 있으면.. '부처님, 부처님이시여.. 오늘 제가 한 것에 조금이라도 공덕이 있다면 이 공덕을 아픈 사람, 그 사람에게 회향합니다..' 회향은 돌리는 겁니다. 나한테 올 복덕과 공덕을 다른 사람에게 돌리는 걸 회향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부디 그 사람이 하루빨리 병의 고통에서 벗어나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이런 마음을 담아'옴 건강 건강 사바하, 옴 건강 건강 사바하..' 이렇게 회향하는 마음으로 마무리를 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리고 또 주변에 혹 시험보는 사람이 있으면.. '부처님, 부처님이시여.. 오늘 제가 한 것에 조금이라도 공덕이 있다면 이 공덕을 시험보는 사람, 그 사람에게 회향합니다.. 그래서 부디 그 사람이 이번 시험에 꼭 합격하기를..' 이런 마음을 담아'옴 합격 합격 사바하, 옴 합격 합격 사바하..' 이렇게 회향하는 마음으로 마무리를 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리고 또 주변에 혹 돌아가신 분이 있으면.. '부처님, 부처님이시여.. 오늘 제가 한 것에 조금이라도 공덕이 있다면 이 공덕을 돌아가신 분, 그 분에게 회향합니다.. 그래서 부디 그 분이 삼악도를 멀리하고 극락정토에 왕생하시기를..' 이런 마음을 담아'옴 왕생 왕생 사바하, 옴 왕생 왕생 사바하..' 이렇게 회향하는 마음으로 마무리를 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렇게 하면, 부처님께서 저 위에 앉아 내려다 보고 계시다가.. '어 그래? 너한테 갈 공덕을 다른 사람한테 돌린단 말이지?' 그러고 여러분한테 갈 공덕을 똑 떼어다가 남한테만 왕창 주고, 나는 꽝이냐? 아닙니다. 부처님은 그러실 분이 아닙니다. 부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남에게 베푸는 것은, 회향하는 것은.. 마치 하나의 촛불을 여러 개의 촛불에 옮겨 붙이는 거와 같다.. 여러분, 여기 촛불을 다른 초에 옮겨 붙여 줬다고 해서 이 촛불이 줄어듭니까? 천만의 말씀입니다.
(카페 자료 스크랩하는 것과 같다, 복사하는 것과도 같다 ㅎㅎ)
자, 법당에 와 수행을 하였으니.. 그 공덕이 하나요, 그 공덕을 다른 사람에게 회향하고 베푸니.. 보시공덕이 또 하나요, 그 사람들 좋아진 거 보고 기뻐하니.. 수희공덕이 또 하나요, 그 사람들이 고맙다고, 또 누구한테 공덕을 돌리겠습니까? 여러분한테 돌릴 거 아닙니까? 그래서 이래 공덕, 저래 공덕.. 따따블, 아니 따따따블 공덕이 되는 것입니다. 마치 천축국으로 복을 받으러 갔던 노총각이 이 사람 저 사람 도와주다가 여기 저기서 복을 받아 무량대복을 받은 것처럼, 여러분도 그리 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