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고요한 가운데 빛을 발하며
홀로 걸었으나 뭇 사람이 따르는 듯하니
길가에서 한 비구가 보고
기이하게 여겨 합장하고 물었다.
2. "애착 많은 중생이 애착을 끊고,
모든 감관을 제어할
영원한 감로의 지혜,
어떻게 원만히 이루셨나이까?
3. 의연하고 풍만한 얼굴
자재로운 감관
위대한 소의 눈을 어떻게 얻었나이까?
당신은 어떤 이를 스승으로 합니까?"
4. 비구의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나에게는 스승이 없다.
공경하고 멸시할 사람이 따로 없으나
열반을 얻었으니 남과 다르다.
나는 법 속에서 스스로 생하여
진리 그대로 존재한다고 알아라.
5. 모든 사람이 알지 못하는 것을 알았다.
나는 깨달았다.
나는 깨달은 사람이다.
나는 모든 번뇌를 극복했다.
그러므로 나는 적정 그대로임을 알아라.
6. 번뇌에 시달리는 벗을 돕기 위해서
적정인 나는 바라나시로 가고 있다.
거기에서 깨달음의 법고를 울리리니,
명성이나 행복이나 자만을 위함이 아니다.
7. 세상 모든 유정의 괴로움을 보고
옛날에 나는 이렇게 서원했노라.
'괴로움에 빠진 유정들을 건지겠노라.
스스로 해탈케 하겠노라.'
8. 이 세상에서 재보를 손에 넣고
홀로 지키는 것도 경탄할 일이지만,
온 세상과 수승한 것 함께 나눔이
진정한 재보니라.
9. 물에 휩쓸려 떠내려가는 사람을
건지려고 하지 않으면 선한 사람이 아니다.
재보를 손에 넣고 가난한 사람에게
나누어주지 않는 것은 어리석은 것이다.
10.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을 치료하려고
약을 가지고 방문하면 좋은 의사다.
이와 같이 악한 길에 떨어진 사람을
바른 길로 인도함이 도리이다.
11. 등불을 아무리 밝게 밝혀도
그로써 유정들을 밝게 하지 못한다.
그러나 붓다는 지혜의 불을 밝혀
모든 유정들 애착에 물들지 않게 하느니.
12. 마치 나무가 불을 내고
공중이 바람을, 땅이 물을 내듯이
성자는 가야에서 얻은 깨달음을
카시(바라나시)에서 설하기로 결정했다."
13. 이때 우파가는 "아, 그렇습니까?"하고는
스스로 뜻한 바대로 떠나갔으나
때때로 기이한 눈으로 붓다를 돌아보았다.
14. 붓다는 더 나아가서
보배를 간직한 궁전 같은 카시로 갔다.
바기라티와 바라나시의 두 강물이
서로 만나서 애인을 얼싸 안는 듯하였다.
15. 위력과 광채로 빛나는 붓다는
꾀꼬리가 노래하는 우거진 숲,
선인이 사는 사슴의 동산으로
태양같이 빛나는 모습으로 서서히 들어갔다.
16. 그때 콘단냐(교진여)와 마하나마와
바슈파, 아슈바지트, 바디야 등 다섯 비구는
멀리서 오는 붓다의 모습을 보고 이렇게 말했다.
17. "저 비구 고타마는 안락에 빠져
고행을 버리고 이리로 오고 있다.
일어서서 맞아 인사할 필요도 없다.
서원을 버린 자는 공양할 수 없다."
18. 찾아온 객에게 어떤 사람이라도
최선을 다하여 맞아야 하건만.
19. 이와 같이 말하는 비구들에게
붓다가 차츰 다가가니
그들의 약속은 깨지고 말았다.
20. 어떤 자는 옷을 받아 들고,
다른 자는 예배하며 바루를 받아 들고,
어떤 자는 좌석을 베풀고,
다른 두 사람은 발 씻을 물을 바쳤다.
21. 이와 같이 여러 가지로 공양하면서
그들은 모두 스승으로 모셨다.
그러나 그들이 고타마라 부르기를 그치지 않자
붓다는 그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22. "비구들이여, 거룩한 아라한에게
경의를 표하지 않고 옛 습관대로 말하지 말라.
칭찬이나 비난이 나에게는 다를 바 없으나
그대들에게는 공덕을 잃는 일이 될 것이다.
23. 세간의 이익을 위하므로 붓다라고 한다.
일체의 중생을 이롭게 하는
더 없는 스승의 이름을 어찌 그릇되게 부를 것인가.
무례한 자식에게 부모는 법으로써 가르친다."
24. 이와 같이 위대한 성자는
자비스런 마음으로 말했지만,
어리석음에 사로잡힌 그들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25. "고타마여, 당신은 고행을 버리고
환락을 위해서 안이함에 머물렀다.
당신이 진리를 보았다고 하나
어떻게 믿을 것인가?"
26. 이와 같이 다섯 비구들이
여래가 얻은 진리를 믿으려고 하지 않았으므로
붓다는 그들에게 깨달음의 길을 설했다.
27. "어리석은 자는 고행으로 스스로를 학대하거나
감각의 대상에 집착한다.
열반에 이르는 바르고 참된 길이 아닌
이 두 가지 극단을 잘 살펴라.
28. 고행은 몸을 괴롭혀 마음을 어지럽히고
세상 지혜마저 얻지 못하거늘,
하물며 감관의 대상에 매이지 않는
진리의 길을 어찌 알 수 있겠는가.
29. 밤의 어둠은 등불에 의해서 없어질 뿐
물을 뿌려서는 없앨 수 없다.
무지의 어둠은 지혜의 등불로 없애니
감로는 신체를 괴롭힘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30. 마치 불을 구하는 사람이
나무를 빠개서는 얻지 못하듯
감로는 신체를 괴롭혀서 얻어지지 않는다.
31. 하찮은 욕망에 집착한 자는
욕정과 어리석음으로 마음의 빛이 가려져
뜻은 알아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다.
하물며 집착을 떠난 지멸의 길에 있어서랴.
32. 마치 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
해로운 음식을 먹으면 회복되지 않듯이
무지의 병을 앓는 자가
욕망에 집착하여 어찌 안온함을 얻으랴.
33. 메마른 땅에 일어난 불이
바람을 만나면 더욱 성하는 것처럼
욕망의 대상에 집착하고
그것을 따르는 마음에는 안온함이 없다.
34. 나는 이 두 길을 완전히 떨쳐 버리고
중도(中道)에 의해서 깨달았다.
그것은 괴로움을 지극한 안온함으로 인도하고,
행복과 불행을 떠나 있다.
35. 올바른 견해가 태양처럼 밝은 가운데
청정하고 바른 사유의 수레를 타고
올바른 말을 정사로 삼고
올바른 행위의 동산에서 즐긴다.
36. 올바른 생활에 충분한 과일이 있고,
올바른 노력에 힘과 시종이 따르며
올바른 자각으로 굳게 지키면서
올바른 명상의 잠자리에 머문다.
37. 이와 같이 이 길은 뛰어난 여덟 가지니,
죽음과 늙음과 병으로부터 벗어나게 한다.
이로부터 인도되어 할 일을 다 행하고
이 세상과 저 세상에서 다시는 헤매지 않는다.
38. 모든 것은 괴로움이니
그 원인을 없애는 길이 바로 이 길이다.
해탈로 가는 진리의 길은 비로소 열렸다.
39. 태어남과 늙음, 병듦과 죽음,
사랑하는 자와의 이별, 미운 자와의 만남
원하나 얻지 못하는 것이 인간의 고뇌다.
40. 욕망을 가진 자나 욕망을 떠난 자나,
몸을 가진 자나 몸을 갖지 않은 자나
공덕이 없는 자들은 어디에 있든지
고통 속에 있음을 알아라.
41. 마치 타는 불이 사그라들어도
가지고 있는 뜨거운 본성은 버리지 않듯이,
고요하고 지극히 작으나 '나'라는 의식이 있으면
그것은 곧 고통의 원인임을 알아라.
42. 종자가 땅과 때와 물을 만나 싹을 틔우듯이
애욕은 여러 가지 과실을 낳고,
그 과실로부터 생하는 업이
여러 가지 고뇌의 원인임을 확실히 알아라.
43. 천계나 하계에 이르는 생존의 흐름은
탐욕 등의 허물에서 비롯된다.
하, 중, 상의 여러 가지 구별은
그로부터 생하는 업에서 비롯된다.
44. 죄가 멸하면 윤회의 흐름은 끊어지고
업이 다하면 고도 다한다.
그러므로 원인이 없으면 그것에 의한 결과도 없다.
45. 태어남도 없고 늙음도 죽음도 없다.
불도 없고 땅도 없고 물도 공간도 없고
바람도 없고 처음과 중간과 끝도 없고
거룩하여 없어지지 않고 지극히 선하여 변치 않는 것,
그것이 지멸이라고 알아라.
46. 그것이 이른바 여덟 가지 바른 길이다.
깨달음에 이르는 길은 이것밖에 없다.
세상 사람은 이 길을 보지 않기에
끝없는 윤회를 계속한다.
47. 고를 온전히 알고 그 원인을 끊어야 하며
고의 지멸도 또한 현증되지 않으면 안 되며
또한 이 길도 닦지 않으면 안 되느니
나는 이와 같이 하여 지혜를 얻었노라.
48. 나는 고를 모두 알고 그 원인을 모두 끊었다.
마땅히 그 도리를 증득하고 바르게 닦았다.
이와 같이 나는 법안이 열렸다.
49. 내가 마침내 성취한 거룩한 진리인
이 네 가지 진리를 보지 못하면
해탈은 필경에 없다고 말할 것이니
나 자신이 목적을 달했다고 할 수가 없다.
50. 내가 거룩한 진리를 깨닫고
다시 닦아서 끝냈을 때에
그 때에 나는 해탈했다고 말할 수 있어
나 자신이 목적을 이루었음을 알게 되었다."
51. 거룩한 성자는
자비심을 가지고 이와 같이 설하니
카운디냐 씨족과 백의 제천들은
티끌을 떠난 청정한 눈을 얻었다.
52. 할 일을 다하고 적정에 이른 카운디냐에게
그것을 안 붓다는 "그대는 알았는가?"하고
황소같이 큰 소리로 소리치니
"그러하옵니다. 나는 당신의 뛰어난 지혜를 알았나이다."
하고 대답했다.
53. "그러하옵니다. 나는 알았나이다."하고 대답하니
그를 '깨달음에 이른 카운니냐'라고 이름하였다.
최승의 스승이신 여래의 제자들 중에서
최초의 제자로서 진리를 깨달았다.
54. 지상에 사는 야크샤들이 붓다의 소리를 듣고,
우렁찬 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장한 일이로다.
확실히 유정의 죽지 않는 안온함을 위해서
정법을 관하여 법륜을 굴리셨구나."
55. 계를 바큇살로, 적정을 테두리로,
지혜와 정진을 바퀴통으로,
부끄러움을 못으로 하여
깊고 묘하여 허망하지 않은 가르침을 설하니
다시는 물러나 다른 가르침 따르지 않았다.
56. 지상의 야크샤들의 소리를 듣고
공중의 신중들도 따라 외치니,
더욱더 높이 울려 퍼지는 그 소리
브라흐만의 세계에까지 올라갔다.
57. 위대하신 성자에 의해서 삼계가 진동했기에
생각이 깊은 천계의 신들도
비로소 적정으로 들어갔다.
58. 이와 같이 최승의 적정을 위해서
천상과 지상에 법륜을 굴리실 때
구름 없는 하늘에서 꽃비가 내리고
삼계의 유정들은 법고를 울렸다.
https://youtu.be/uLR7YXAhPt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