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이처 가운데 다섯 개의 감관과 그 대상이 이렇게 사대요소로 분석되고 그것이 화합한 것이 색(色) 즉 물질적인 형체라면, 인간과 자연은 그 존재의 근저에 이러한 색을 갖고 있다고 말할 수가 있다. 불교에서는 인간존재의 근저를 이루고 있는 이러한 물질적인 형체를 '색온(色蘊,rupa-skandha)'이라고 부른다. 색은 사대가 화합한 것이고, 온(蘊,skandha)은 흔히 '쌓임(聚, heap)'이라고 번역되지만 원말은 '근간적인 부분'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이러한 물질적인 색온만이 인간 존재의 바탕을 이루는 전부라고 말할 수가 있을까? 물질에는 스스로 사유하고 행동할 능력이 없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 일이다. 인과율에 따라 필연적인 반응을 보일 뿐이다. 그러한 색온을 갖고 인간 실존의 바탕을 이루는 전부라고 한다면 우리 인간이 개체를 유지하기 위해 사유와 행동을 줄기차게 전개시키고 있는 비물질적 기능의 존재성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 것인가?
이 문제에 대한 당시 인도 사상가들의 해명은 다양하였다. 우파니샤드 철학에서는 사대요소가 화합한 복합물(devata)에 범(梵)이 명아(命我,jiva-atman)의 상태로 들어갔다고 하였으니, 모든 물질 속에는 생명이 들어 있다는 범신론(汎神論)이 된다. 인간의 생명은 사대의 분산과 함께 단절된다는 순세파(順世派)의 주장은 生命도 일종의 물질적 화합현상으로 보는 입장이고, 생활파(生活派)에서는 생명을 아예 물질적 요소로 간주해버렸다. 한편 이계파(離繫派)에서는 인간은 생명과 물질이 대립적으로 결합된 상태라고 설하였다.
인간의 생명이나 정신이라는 것이 물질의 화합에서 발생하는 물리화학적 현상에 불과한 것이냐, 그렇지 않고 정신의 독자적 존재성이 있는 것이냐의 문제는 오늘날 현대 생물학에서도 줄곧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전자를 기계론이라고 부르고 후자를 생기론(生氣論)이라고 부르는데, 현 학계는 기계론쪽으로 기울어지고 있다고 한다. 자연과학시대의 추세라고 말할 수가 있다.
그렇다면 석존은 이 문제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하고 계시는가. 물질적인 색온(色蘊)외에 다시 수(受,vedana)·상(想,samjna)·행(行,samskara)·식(識,vijnana)이라는 정신적인 사온을 추가한 오온설을 제시하고 계신다.<잡아함 卷3> 受·想·行·識의 사온은 물질적인 색온을 바탕으로 개체를 지속적으로 존속시키려고 느끼고(受), 생각하고(想), 작용하고(行), 식별하는(識) 정신적인 기능을 각각 표현한 것이다. 인간존재를 물질과 정신의 두 부분으로 구성되었다고 볼 경우, 그 정신적인 부분을 생명활동이라는 측면에서 세분한 것이라고 말할 수가 있다.
십이처가 일체존재를 포괄하는 일종의 분류법이라면, 오온 또한 새로운 차원에서의 일체존재에 대한 분류법이 될 수가 있다. 인간 존재에 대한 근간적 구성부분일 뿐만 아니라 외계존재도 그러한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볼 수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불교에서는 십이처와 함께 오온 또한 일체존재를 가리키는 술어로 사용되고 있다. 그리하여 오온이라는 술어를 갖고 인간 존재를 특히 한정적으로 지시하고자 할 때는 '오취온(五取蘊,upadana-skandha)'이라는 말을 별도로 사용한다. 오온이 하나의 개체로 '취착(取着)되고'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오온과 오취온은 똑같은 것이라고도 못하고 다른 것이라고도 할 수 없다. 오온에 욕탐이 있는 것이 곧 오취온이라고 말할 수가 있다."<잡아함 卷2>
불교의 오취온설은 정신과 육체를 싸고도는 당시 사상계의 문제성을 잘 지양(止揚)하고 있다. 우파니샤드의 범신론적 견해는 생물과 무생물이 우리 현실계에서 엄연한 속성의 차이를 보여 주고 있는 현상에 부합되지 않는다. 순세파의 유물론적 견해는 현대 생물학의 기계론과 입장을 같이하고 있지만, 이것 또한 위의 현상에 맞지 않는다. 영혼과 육체를 완전히 별개의 것으 로 보는 생활파의 견해는 심신의 밀접한 상호관계성을 설명할 수가 없으며, 영혼과 육체는 대립한다는 이계파(離繫派)의 이원론 또한 그 두 부분이 불일불이(不一不異)의 관계로 상관하고 있는 현상을 설명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불교의 오취온설은 물질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정신의 독자성을 분명히 하고 있으며, 물질보다는 정신 쪽에 중점을 두고 있다. 뿐만 아니라 육체와 정신의 관계를 생명활동의 측면에서 관찰하고 있어 현실세계의 현상을 정확하게 포착한 것이라고 말할 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