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엄경에서는 부처님이 보살들을 향해 직접 설법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설법의 주체가 되는 것은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을 비롯해 여러 보살과 선지식(善知識)들입니다. 이들은 각기 여래의 해탈경계(解脫境界)를 찬양하고 해탈경계에 들어갈 수 있는 보살의 실천을 설하고 있습니다.
곧 화엄경의 첫 모임인 보리수 밑의 적멸장회에서는 보현보살이 설법의 주체가 됨으로써 붓다가 깨친 해탈경계와 보살의 실천이 둘이 아님을 설합니다. 그 다음 보리수를 떠나지 않고 이어지는 보광당 법회에서는 문수보살이 설법의 주체가 되어 진리에 관한 중생의 확신(十信)을 설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화엄경의 설법형식은 설법자와 듣는자의 차별적 관계를 뛰어넘고 있습니다. 즉 깨달음을 성취한 붓다와 깨달음으로 가는 보살이 둘이 아님을 나타내 주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어쩌면 대승경전이 갖는 특징일 수도 있습니다. 대승불교의 주인공이 중생구제를 위해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보살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