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 불교의 "나[我]"라 할 것이 없다, "실체가 없다"는 것과 같고, 대승불교의 "비어 있다[空]"는 것과 같은 말입니다. 이것은 밥그릇이고 저것은 국그릇이고, 또 저 먼 것은 찬그릇이라고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 밥을 담으면 밥그릇, 국을 담으면 국그릇, 찬을 담으면 찬그릇이 됩니다. 이것이 법(法)의 실상입니다. 스스로의 성품이 없어서 인연 따라 이루어지는데[隨緣成], 이 말은 아주 중요합니다.
보약으로 유명한 인삼도 본래는 약(藥)도 아니고 독(毒)도 아닙니다. 그러나 인연 따라 약성을 나타내기도 하고 독성을 나타내기도 하고, 효과 없을때도 있고,처음은 약효를 나타냈다가도 나중에는 독성을 나타내기도 하고, 먼저 독성을 나타냈다가 나중에는 약효를 나타내기도 하는 것입니다. 인연 따라 잠시잠시 일어나는 것이지 어떤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니지요. 물거품 같고 허깨비 같으며, 아침이슬이나 번갯불 같고, 꿈 같고 그림자와도 같습니다.
[금강경 사구게에 보면, 여몽환포영(如夢幻泡影) 여로역여전(如露亦如電)]
"주먹질"을 예로 들면, 그 자체는 선한 행위도 악한 행위도 아닙니다. 길을 가는데 강도가 여자한테 칼을 들이댔어요. 그 때 마침 길 가던 사람이 재빨리 강도에게 주먹을 날려 여자를 구했어요. 그러면 용기 있는 사람이라 하여 시민상을 줍니다. 그런데 집에서 부인과 다투다가 주먹질을 했어요. 그러면 폭력범이 되지요. 주먹질이라는 행위 자체는 제법(諸法)의 본질에서 보면 선(善)도 악(惡)도 아니고,옳고 그른 행동이 아니지만, 현상계에서는 인연 따라 선악과 시비가 결정됩니다. 이것을 알아야 자유로워집니다